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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5.0
  • 조회 394
  • 작성일 2024-09-27
  • 작성자 윤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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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순수한 의식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나는 짐작하지 못한다.
몸만 없을 뿐, 별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몸 없이 정신만 있다는 것은 너무나 이상한 경험이었다.
마치 잠깐 동안 하겠다고 시작한 명상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명상을 끝내고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지만 몸이 없기 때문에 다시 생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무슨 생각이 떠오르든 그 생각을 실행할 방법이 없었고.
그러자 생각을 계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울적해졌다.
생각, 생각, 생각, 생각에서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생각이었다.
나는 오직 잠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몸이 없는 상태에서는 잠도 오지 않았다.
차라리 이십사 시간 깨어 있고 싶었던 게 얼마 전인데 항상 각성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막상 몸이 사라지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몸으로 해왔는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몸 없이는 감정다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볼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이 없고, 붉게 물든 장엄한 노을도 볼 수가 없고, 손에 와 닺는 부드러운 고양이 털의 감촉도 느길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채 동이 트지 않은 휴먼매터스 캠퍼스의 산책로를 달리던 상쾌한 아침들을 생각했다.
몸이 지칠 때 마의 정신은 휴식할 수 있었다.
팔과 다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일 때 비로소 생각들을 멈출 수 있었다는 것을 몸이 없어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천진하게 아빠와 함께 연구소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절, 또래의 아이들이 다른 동에도 몇 명 있었다. 20세기의 유산인 의무교육은 오래전에 페지되었다. 여전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집에서 가상현실 체험 장치와 홀로그램 동영상 등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가끔 사회성을 배양하기 위해 이런저런 캠프에 참여시켰다. 그런 집단 교육 프로그램은 학원이라 불렸다. 2020년대 이후, 결혼은 여러 사회관계 중 하나에 불과하게 되었고, 출생률은 21세기 초반 급격하게 하락한 뒤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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