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책이다. 가짜 노동의 주 원인이 번아웃에, 그리고 그 원인을 근로자로부터 찾는 뻔한 내용일까 싶었는데 그렇진 않았다. ‘가짜 노동’은 미시적 관점인 개인적인 인정 욕구에서부터 시작해서, 거시적 관점인 자본주의 시스템과 – 즉 노동 투여 정도를 생산물의 가치와 동일시한 아담 스미스의 철학 – 청교도적 윤리관이 모두 어우러진 산물이었다.
서문
건축가 프랭크 라이트, 경제학자 존 케인즈와 버트란트 러셀 등 근대 현인들이 바라본 미래 사회(와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지루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취미활동을 끝없이 구상하는 미래 인류들)를 조망하고, 그들이 바라마지 않던 고도의 생산성 아래에서도 여전히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를 비교한다.
현상의 분석과 ‘가짜 노동’
저자들은 현대의 현상을 분석한다 : 인류는 기술발전 등 재량 시간이 더 확보될 때마다 계속 분주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고, 관리직을 만들어 각자를 관리하게 하고, 실질적인 일에서 점점 멀어지면서도 노동의 속도를 늦추려 하지 않고, 오히려 추상적이고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의 일(=사무직)을 하느라 결국 더 바빠졌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 보려 한다.
이를 위해 진짜 노동에 대비되는 ‘가짜 노동’을 정의하고, 실제 이 ‘가짜 노동’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존에 정의된 ‘허튼 직업 bullshit job’에서 더 개념을 확장한 ‘텅 빈 노동’ (빈둥거리기, 시간 늘리기, 일 늘리기, 일 꾸며내기 등), 그리고 여기에 전혀 힘들지 않더라도 잔뜩 스트레스를 주는 업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업무, 누가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업무 등을 포괄한 개념인 ‘가짜 노동 pseudowork’을 정립한다.
노동의 원인
인간은 왜 일하는 걸까? 생존을 위해, 즉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인간의 본질이 ‘노동’을 통해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하기 때문일 수 있다. 정상성을 위해, 즉 시스템에 잘 적응했다는 표식일 수 있다. 타인과 자신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욕구일 수도 있다. 근대에 확장된 청교도적 노동 윤리가 만연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노동 외의 다른 할 일(대안)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하지 않으면 그 후는 삶의 종결이기에, 즉 그러한 불안을 저지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저자가 밝힌 여러 이유는 사람들이 가짜로라도 ’노동‘을 지속하게 만든다.
의미있는 노동을 위해
3부에서는 노동자와 관리자가 어떻게 가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각자의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사회에서 터부시된 가짜 노동의 언급을 큰 소리로 외친다거나, 칼퇴나 조퇴 등의 방법으로 사무실에서 벗어나기 등, 제시 방법이 바로 와닿진 않았기에 느슨하게 읽은 감이 있다.
소감
책을 읽은 타이밍이 하필 가장 일이 많은 시기였기에, ‘가짜 노동’의 현상과 원인을 제시하는 전반부보다 해결을 제시하는 후반부가 잘 읽히진 않았다. 하지만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를 잘 풀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일에 여유가 생길 때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