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독후감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오랜 독자로, 그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추리극에 푹 빠져 앉은 자리에서 몇권씩 그의 작품을 읽어내곤 했다. 그러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추리 소설을 멀리 한 지가 오래되었는데,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작품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라는 제목은 그의 전작 [가면 산장 살인 사건]을 연상시켰다. 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극, 일상에서 떨어진 밀폐된 공간에서 옆사람이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점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역시 책의 스토리는 전작과 비슷하게 낯선 산장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시작된다. 다만 이번 작품의 특이한 점은, 스토리의 타임라인이 3가지 시점으로 돌아가며 전개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3인칭 관찰자 시점, 두 번째는 1인칭 주인공 시점, 세 번째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이 책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차례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 실제 사건인지, 단지 짜여진 연극인지에 대한 것인데, 살인이 전개되는 과정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자세하게 서술되어 독자에게 이것이 실제 살인 사건이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따라서 살인 과정을 모르는 책의 등장인물들만이 이것이 연극인지 실제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이 연극인지 실제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규칙을 어기고 산장 밖으로 나가거나 누군가에게 연락하면 즉시 연극 오디션 합격이 취소되므로 섣불리 나가거나 신고할 수도 없다. 따라서 그들을 강제로 구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살인 장면을 지켜본 독자는 피가 묻은 흉기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합격 취소가 두려워 스스로 산장에 고립된 등장인물들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의 결말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숨겨놓는 작가로 유명한데, 이렇게 살인 장면을 모두 보여주면 결국 독자는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만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어 의아했다. 그런데 역시 소설의 결말에 반전이 숨어있었다. 소설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모든 전말을 꿰뚫어본 주인공의 추리가 펼쳐지며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는데, 사실 살인 사건은 실제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모두 연극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추리에 의해 모든 것이 연극이었음이 밝혀지며 전지적 작가 시점이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환된다. 아니, 변경이라기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 숨겨진 제3의 인물의 시점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실제 살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건의 반전, 그리고 작가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또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이었다는 반전은 매우 신선했다.
살벌한 살인극을 주로 다뤘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미야잡화점의 기적]등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다룬 작품이 히트를 치고나서 작품의 주제를 휴머니즘으로 밀고 가는 듯한 느낌이 다소 맥빠지기는 했지만, 시점을 트릭으로 독자를 감쪽같이 속인 점과 같은 타임라인에 대한 3가지 시점이 아닌 사건의 진행 과정을 3가지 시점으로 돌아가며 전개한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 긴박감, 탄성을 자아내는 반전 등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답게 그의 다른 작품 역시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