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기술에 대한 낙관론과 우려를 동시에 표명하는 모순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바로 이러한 모순적인 시각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정직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증조부모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풍요로움에 감탄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이 세상이 지닌 취약성과 위험성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다가오는 물결과 함께 우리는 잠재적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실질적 위협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 종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기술은 우리에게 최고의 장점이자 최악의 단점이다. 이러한 기술의 본질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일방적인 접근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에 일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러한 딜레마는 한층 더 두드러졌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세상을 들여다보면 억제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다가오는 물결이 초래할 결과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그 사실은 바로 모두를 위해 억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 세기에 걸쳐 기술은 수십억 명의 삶을 극적으로 향상시켰다. 우리는 현대 의학 덕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해졌고, 전 세계 사람 대다수가 풍족한 식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있고 더 평화롭게 지낼 뿐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더욱 편안하게 살고 있다. 이는 인류의 위대한 동력인 과학과 기술의 창조가 일조해 만들어 낸 결정적인 성과다. 그러한 이유로 나 역시 도구를 안전하게 개발하는 데 내 인생을 바쳐 왔다. 그러나 이처럼 특별한 역사를 통해 얻은 우리의 낙관적 태도는 냉정한 현실에 근거해야 한다. 실패를 방지하려면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그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 결과가 어디로 이어질지 두려워하지 않고 논리의 종착점까지 추론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며, 그 종착점에 도달하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가오는 기술의 물결은 이전에 목격했던 그 어떤 것보다 더 빠르고 더 큰 규모로 실패할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전 세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직 그 누구도 찾지 못한 해답이 필요하다. 언뜻 보면 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