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 근처 강변을 달리며 주변을 살폈다. 정말 말 그대로 파란 하늘, 초여름 아침에 맛볼 수 있는 시원하고 산뜻한 공기, 길 옆 파릇파릇한 풀과 바람에 흔들리던 노란 들풀, 그 옆을 천천히 흐르는 강과 새들의 지저귐. 차를 타고 바르게 다닐 때는 볼 수 없었던 생경한 풍경이었다. 기억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의 끝은, 이번에 읽게 된 천 개의 파랑과 맞닿아 있었다.
천 개의 파랑은 비교적 가까운 미래인 2035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감성 SF소설이다. 무릇 SF소설이란 외계인의 침공, 인공지능과 인간의 전쟁과 같은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정말 10년 후에는 이럴것 같다는 현실적인 미래를 다룬다.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 문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점에 대해, 안락사 위험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와 이를 구하기 위해 인간인 '연재와 은혜' 그리고 휴머노이드 '콜리'가 힘을 합치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문명이 주는 혜택에 빠져 동물의 존엄성과 같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는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서 나온 많은 내용 중 나를 가장 위로해 준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했다. 경마장에서는 빠른 말이 1등을 하지만, 느리게 달린다고 경기 도중 주로에서 퇴출당하지는 않았으므로, 애초에 천천히 다리는 것이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p.348
"괜찮아요. 신경쓰지 말아요. 저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당신의 주로가 있으니 그것만 보고 달려요.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요." -p.352
빠르게 변화하며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촌스럽지 않기 위해 숨 가쁘게 트렌드를 쫓고, 남들보다 뒤처진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자신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채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빨리 달리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향해서 가고 있는지 물음표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저 달릴줄만 알았던 내가 갑자기 멈춰 설 수 있을까? 우리는 책에서 말하는 것 처럼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주로를 찾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아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하게, 즐기며,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