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책을 접한건 이번이 2번째이다.
그의 책들은 제목에서부터 힘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언어철학적 이라고들 하지만 그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느끼는 건 쇼펜하우어의 책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제목부터 그가 의도하는 바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설득'과 관련하여 설득의 심리학 같은 책을 본 경험이 있다. 기존에 접해본 책이 타인을 설득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 측면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집필하였다면, 쇼펜하우어의 내 생각이 맞다고 설즉하는 기술은 보다 직설적이고 강한 자기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선택한건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말만을 고집하는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혹은 그의 생각에 깔린 기저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주장하는 바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논외로 두더라도, 어떻게 본인의 생각에 그와 같은 확신을 가지고 타인의 의견을 배제하려 드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하는 바가 정말 논리적인건지도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이 책은 토론과 논쟁시의 화법에 대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38가지 설득 요령에 대해 나열하고 있다.
사실의 진위는 논쟁을 통해야 가려질 수 있으며 논쟁자들은 어느 정도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해야 최종적으로 논쟁과 토론을 통해 결론이 도출 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의 기본 명제이고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기초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서 말하지 않지만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본인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사람과 왜 대화가 되지 않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타인의 의견을 청취할 마음가짐을 갖추지 못한 사람과의 대화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일방통행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이 담고 있는 38가지 요령을 보며 놀란 것은 책의 제목 만큼 논리적이며 객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한 예로 상대방의 학식, 말소리와 같은 상태를 이용하여 원하는 결론을 도출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요령 14 '뻔뻔하게 굴어라'는 이 요령이 실제 근거가 없는 것을 마치 근거가 있는 것처럼 행하는 기만에 속한다 라고 하면서도, 결국은 이와 같은 것도 요령으로 제시한다.
논리적인 의견을 전개하여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요령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설득의 방법들 - 아마도 그래서 요령이라고 했나보다 - 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사실 실망스럽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내 주변에 있는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일인이 이런 생각을 기본으로 타인과의 토론에 임할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