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1984년 소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아버지가 없이 자란 외과 의사 토마시, 그의 아내이자 사진작가인 테레자, 화가이자 토마시의 불륜 상대인 사비나, 사비나의 연인 프란츠를 주인공으로 한다. 전처와의 이혼 이후, 진지한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던 토마시의 계속된 '에로틱한 우정'에 테레자는 괴로워한다. 소련의 침공 이후 둘은 체코를 떠나 스위스에 정착한다. 테레자의 기대와는 달리, 토마시는 체코를 떠나서도 외도를 멈추지 않는다. 토마시의 또다른 연인 사비나는 '조국을 잃은 여자'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한다. 허나 사비나의 조국과 관련한 사회적 상황은 안정된 가정의 가장인 학자 프란츠를 매료시킨다.
등장인물을 사실적인 전통을 따라 묘사하지 않고, 작가가 등장인물을 만드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2018년에는 국내 출간 및 국매 총 판매력 100만부 달성 기념으로 리뉴얼 단행본을 출간했다.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강아지 카레닌의 일러스트가 특징이다.
# 1
토마시는 테레자를 사랑하면서도 세상의 모든 여자와 자려는 듯 보인다. 그것은 남성성이 가진 상징적 질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섹스를 하면서 무엇을 떠나보내려는 제의에 가깝다. 긴장과 완화의 반복을 견뎌낼 만큼 토마시의 존재는 가볍고 경쾌하다.
하지만 늘 다른 여자의 성기냄새를 풍기는 토마시를 테레자는 견딜 수 없다. 질투는 그녀를 괴롭히면서도 또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질투를 하면 할수록 테레자는 토마시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느낀다. 테레자의 욕망은 토마시라는 대상 자체에 있지 않다. 대상이 가진 속성이 원인으로 작용할 뿐이지 그녀의 사랑은 대상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테레자의 사랑이 무겁다고 해서 토마시의 사랑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 2
프란츠는 첫 눈에 사비나에게 매료되었다. 그는 사회적 조건을 두루 갖춘 남자이며, 정조를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반듯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비나의 매력 앞에서 그의 중요한 가치들은 무화된다. 결국 프란츠는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사비나에 투신한다. 사비나는 그의 강한 육체와 그가 가진 많은 면모를 사랑하지만 자신에게 모든 것을 던지는 그 존재만은 받아낼 수 없다. 그녀의 삶은 가벼움의 드라마일 뿐이기에. 그녀는 일생동안 배신을 하며 살아왔고, 더 이상 배신할 것도 남지 않은 상황만이 그녀에게 의미가 있을 뿐이기에. 결국 그녀는 프란츠를 떠난다.
프란츠는 사비나가 떠난 후 상실의 고통을 느끼지만 얼마 후 그것이 가시게 되자 사비나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주고 떠났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는 일단 마리클로드라는 아내의 강박으로부터 벗어났고, 모든 속박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정조가 아닌 ‘똥’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만큼 성숙해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역사의 무게마저 피해버린 사비나에게는 무엇이 남았는가? 가벼움. 참을 수 없는 가벼움만이 그녀를 지탱할 뿐이다. 그것은 삶보다는 오히려 죽음에 가깝다. 소설적 의미가 없다. 사건을 통해 성숙하는 인물은 오히려 테레자와 프란츠이다. 그들은 무거움에서 시작했지만 종국에는 가벼움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