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두께가 얇아서, 일단은 바쁜 일상에서도 부담없이 손이 갈만한 책을 선택했다.
세분의 작가의 작품이 담겨있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마음의 잔잔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첫 수록작인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소설 말미의 표현마냥 ‘아무런 맥락이 느껴지지 않는, 텅 빈, 이해 불가능한’ 작품이었다. 소설의 초중반부는 마흔 살 전후의 여성이 발리섬의 ‘우붓’이라는 지역을 여행하며 게스트하우스 숙소에 묶게 되며 만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가, 후반부에는 국내로 돌아와 동거남과 함께 예술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단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반적으로 예술을 업으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젠체하는 삶의 태도를 스테레오타입화하여 보여주는 듯 한데, 묘한 불쾌감이 드는 것은 작가의 의도일까. 캐릭터들은 평면적이고 입체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김나현 작가의 <오늘 할 일>은 사실혼 관계의 두 남녀가 하루에 할 일 세가지를 정한 뒤 각자 목표한 하루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삶을 관찰한다. 갑작스러운 퇴사 이후 전혀 다른 삶에 놓인 남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었던 직장 생활과는 달리 ‘웹 소설가’로서의 삶은 무기력할 뿐인데, 이러한 남자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여자는 자신이 ‘사기 결혼’을 당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른다. 쉬워 보이는 타인의 삶의 목표를 쉽게 재단짓고 그게 대한 평가를 쉬이 무책임하게 하는 모습이 꼭 나의 모습인 것만 같아 반성해본다.
예소연 작가의 <사랑과 결함>은 고모와 상당히 가까운 관계를 맺고 살아온 여자가 고모의 부고 소식을 들으며 고모와의 추억을 되새겨보는 이야기이다. 한편 화자에게는 동거인 '수'와 함께 지내는데, 이들 관계에서 불러일으키는 미묘한 긴장감과 질투, 시기심 등이 어우러져 이야기에 불안함을 시종일관 지속시킨다.
세 편의 작품 모두 젊은 작가들의 습작에 가까운 느낌이었고 봄에 읽기에는 전체적으로 우울하다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집은 매번 읽을 때마다 만족감보다는 실망감이 큰 편인데, 그래도 가끔씩은 좋은 소설가를 만날 때가 있으므로 여전히 손에서 놓지는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