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 살인사건 시리즈 중 가면산장 살인사건을 읽고.
추리소설의 묘미는 단연코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리하는 것에 있다. 나는 추리라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며, 추리와 관련된 영화, 드라마, 예능이라면 믿고 보는 편이라 범인을 추리하는 것에 매우 자신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은 범인 추리에 성공하기는 커녕, 추리할 여유도 없이 작가의 추리 흔적을 따라가는 것에도 바빴다. 끝 부분에서는 범인의 윤곽을 조금이라도 유추할 수 있는 타 추리소설과 비교했을 때,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마지막의 마지막 장까지도 '범인의 정체'를 가늠하지 못했다. '추리소설'을 전혀 추리하지 못하며 읽음에도 재밌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추리 주제로는 어찌보면 흔한 '약혼녀의 죽음과 그 후 약혼녀 가족과의 모임'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초반부터 강도가 이들의 산장에 침입하여 가족들이 인질로 잡히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고, 읽으면서도 이게 추리소설인지 막장드라마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맥락이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 마치 갑자기 김치싸다귀를 때리는 막장드라마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산장 안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작가가 이 혼란한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 짓게 될지 의심하게 되었다. 그만큼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사건이 너무나 다양하게 벌어졌으며 여러 인물이 얽혀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침착한 문체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소설의 절반을 읽었고, 나머지 절반도 다음 내용을 알고 싶어 다음날 다 속사포로 읽었다.
대반전이 있는 소설이라는 소문을 일단 듣고 나름의 대반전을 상상하며 읽게 되어, 어떤 반전이 나와도 그러려니 할 것 같았지만, 이 소설은 나의 상상을 넘는 결말을 품고 있었다. 또한 내가 기대했던 수준의 대반전은 맞지만, 전혀 시시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이해가 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왜 제목이 '가면'산장 살인사건인지, 그 가면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심리전은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심리전에 한복판에 던져진 느낌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추리소설은 주로 결말이 책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책은 반전에 반전으로 유명한 소설답게, 결말만이 아닌 그 결말을 향한 과정 또한 주인공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