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초중등 교육을 받은 어른들이라면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때부터 '미래의 과학 세상 그리기', '20년 뒤 미래 모습 글 짓기' 등의 활동을 통해 미래 세상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 지에 대해 고민해왔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어린이, 청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상의 전반적인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해 익숙하게 상상하며 절로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미래 세상을 상상할 때 가장 큰 주제는 건물과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이 책은 미래에 변화하게 될 건축물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데, 건축물의 변화를 마냥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을 근거로 삼아 구체적인 변수를 활용하여 건축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를 체계적으로 다룬다는 점이 좋았다. 재택 근무와 재택 교육, 페이퍼리스 사회, 1인 가구의 증가 등은 우리 또한 일상을 살며 익숙하게 겪고 있는 현상이지만, 이로 인해 미래의 학교, 주거공간, 회사, 나아가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가 변화하는 양상을 건축 전문가의 시각을 빌려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로 인해 마냥 상상만 해왔던 미래의 도시가 나의 머릿속에서 구체화되며, 각각의 변화가 근거를 갖추게 되고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상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도시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은 '외부공간의 꾸준한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흔히 미래 사회는 사람들이 걸어다니지 않고 어떠한 기계를 타고 다니며, 야외 활동 없이 실내에서 가상세계를 겪으며 사회활동을 한다고 상상한다. 하지만 미래 사회라고 해서 외부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외부 공간이 전염병과 개인주의 현상과 합쳐지며 '개인화'되었을 뿐이다. 운동장, 공원과 같이 불특정 다수가 모일 수 있는 외부공간이 아닌, 개인화된 외부공간, 즉 '아파트의 발코니'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단순 공원도 정사각형이 아닌 선형의 유연한 형태의 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 이는 선형의 공원이 정사각형의 공원보다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권력과 자리배치의 상관관계를 다룬 내용도 흥미로웠는데, 교실, 회사와 같이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권력이 높은 사람을 향하도록 앉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가치관이 수평적으로 변화하며 교실과 회사 또한 자리배치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교실은 학생들의 시선이 선생님이 아닌 동급생과 마주보도록, 회사는 상급자를 주위로 앉는 것이 아닌 자율 좌석제를 시행하는 식으로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자리배치 또한 변화한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의 변화를 활용하여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공간의 변화는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변화이므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더 커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