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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5.0
  • 조회 400
  • 작성일 2024-05-09
  • 작성자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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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야기를 할까? 그리고 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까? 저자들의 답은 분명하다. 이야기는, 특히 뇌리에 박히는 강력한 이야기는 인류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라기보다는 ‘이야기하는 사람’인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라고 해야 더 알맞다. 우리는 아주 가끔씩만 슬기로울 뿐이지만, 이야기는 항상 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자는 자신과 폭력적인 그의 친구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 즉 자신의 공격성과 충동을 제2의 인격체로 밀어내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음을 인식한다.

(p.160)

척 팔라니그이 원작 소설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각색한 영화 <파이트 클럽>에 대한 내용이다. 원작 소설이나 영화를 본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대목이지만 문외한인 내겐 지루한데다 문장도 이상해서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엔 유난히 영화를 인용하며 설명하는 부분이 많다.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기억하고 싶은 좋은 부분이 훨씬 더 많기는 하다.

성경은 인간의 우월성과 지구의 이용 가능성에 대한 내러티브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위험한 책이다. 자원 착취, 쓰레기 투기, 중독, 산업적 동물 도살, 이른바 기후 위기라는 인류 최대의 실존 위기, 이 모든 것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사명을 다루는 다양한 이야기의 근간이다.

(p.17)

성당에 다닐 때 (지금은 냉담중이지만) 성경을 좀 더 깊게 알고 싶었지만 성경 내용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순종과 찬양을 하다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건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그래도 어느 날 용기를 내서 하느님, 특히 구약의 하느님은 참 무서운 분이라고 신부님께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내 편일 때는 한없이 자애롭고 든든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나는 건 이집트의 노예가 된 유대인을 탈출시키기 위해 이집트 땅의 모든 장자를 죽인 일이다. 내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남의 백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지극히 배타적인 하느님. 신약 이전의 믿음이 아무리 지역적인 종교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신부님은 현대의 기준으로 4천년, 5천 년 전의 역사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하셨지만 말이다. 성경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다는 것은 너무도 거북한 일이라 이런 용감한 내용을 보면 은근히 반갑다.

“우리는 말로는 계란 프라이를 만들 수 없지만, 회의를 연기하고 사퇴하고 신랑과 신부를 남편과 아내로 만들 수 있고 전쟁을 선포할 수는 있다.” 날계란에 ‘나는 이 말로 네가 계란 프라이가 되었음을 선언한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날계란이 조리된 상태로 바뀌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반면 인간의 경우 불과 몇 단어로 실존적 상태를 변화시키는 힘이 작동한다. 이를테면 당신은 무죄다, 당신은 이제 자유다, 당신들은 결혼했다처럼 말이다.

(p.177)

단어가 지닌 건설적인 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말만으로 날계란을 프라이로 만들 수는 없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 되니까. 그뿐인가. 그런 식으로라면 없는 계란 프라이도 얻어먹을 수 있고, 반대로 있는 것도 빼앗길 수 있다. 단어 몇 개로 실존적 상태를 바꿀 수 있다. 단 권력이 있어야 한다. 권력이 크면 많이, 작으면 조금, 아예 없으면 그냥 노예다.

우리는 셀피를 찍을 때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마치 이모티콘과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로써 볼프강 울리히가 설명한 것처럼 구두 형식의 의사소통과 유사해진다. 즉 우리는 셀피를 말한다.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조차 우리는 발화 행의의 의미에서 주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그 순간에 이러한 웃는 얼굴이 우리 자신인 것처럼 행동한다.

(p.193)

엊그제 여권 사진을 찍었다. 눈썹과 귀가 훤히 드러나고 목 아래로는 보이지도 않는 3.5*4.5의 종이조각. 네모 안의 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들리지도 않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위험인물도 범죄자도 아니고 그저 귀국에서 열심히 돈 쓰고 갈 호구관광객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도 ‘우리는’이 과하게 많다. 직역체라 그런가. 좋은 내용에 비해 부족한 문장이다.

이야기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주제가 지나치게 다양해져 한권에 담기에는 벅차 보인다. 챕터마다 분리해서 다른 책으로 만들고, 번역도 읽기 편하게 의역으로 한다거나, 지엽적인 독일문화나 영화 예시 같은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면 어떨까 싶다.

문해력과 상식이 부족한 독자의 소심한 불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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