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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세계사(예일대특별판)
5.0
  • 조회 468
  • 작성일 2024-05-20
  • 작성자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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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세계사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학생 때나 배웠던 세계사에 대한 관심은 잊혔던 것 같다. 국제뉴스를 보다보면 왜 저렇게 되었지? 라는 궁금증이 잠깐 스치기도 하지만 이내 당장 처리해 할 일들 속에 묻혔다. 그러다 우연히 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에서 쓰던 모델을 복각한 시계를 구매하면서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계의 스토리가 궁금해서 자료들을 찾다보니 당시의 유럽 상황, 원인이 된 1차 세계대전, 앞서 근대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폴레옹 전쟁 등 과거에서 과거로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잊고 살았던 세계사를 전반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욕심에 이 책을 읽게 됐다.

곰브리치 세계사는 너무나도 유명한 ‘서양미술사’의 작가인 E.H. 곰브리치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세계사를 좀 더 쉽게 가르치기 위해 1936년에 쓴 책이다. 책은 선사시대를 시작으로 1차 대전에서 끝을 맺는데, 인류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살았던 작가의 눈으로 본 세계가 다른 역사서들과 좀 달랐다. 작가의 부모님이 살았던 시대는 제국들이 세계를 분할하던 때였고, 작가가 어렸을 때는 1차 대전이 있었으며, 2차 대전 중에는 영국에서 독일방송을 모니터링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보니 1900년도 전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이 돋보였다.

특히, 산업혁명으로 늘어난 생산량을 소화하기 위해 원료와 시장을 확보하는 식민지 경쟁이 시작되었고, 뒤늦게 통일된 독일과 이탈리아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를 견제하는 프랑스, 영국 등과 1차 세계대전을 벌였다는 대목은 세계대전이 단순히 국가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아닌 인류 역사의 획기적 전환기에 맞물려 발생한 사건이라는 관점을 보여주어 인상적이었다.

산업혁명이 계급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공산주의를 탄생시켰던 ‘인간과 기계’라는 장도 요즘 시대상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다. 기계가 장인들이 중심이었던 길드의 생산량을 압도하자 생계를 위해 공장에 남으려던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임금을 낮춰 공장주에게 제시하고, 심지어 자식들까지 야간근무에 저임금으로 투입하겠다는 제안이 나오는 부분은 왜 공산주의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쉽게 이해가 되었다. 기계가 공장노동자들을 대체했듯 AI가 지식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사람들 사이에 생존경쟁이 펼쳐질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상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역사학자인 곰브리지 자신이 인류역사상 가장 큰 변곡점을 지나오면서 당시 느꼈던 부분과 돌아보니 오류였다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는 신문에 실린 기사를 모두 믿으면 안된다면서 ‘열강들의 세계분할“부분은 공정성을 잃었다고 얘기한다. 당시는 미국 윌슨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확신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독일과 오스트리아 및 동맹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으리란 희망에서 윌슨의 호소를 무시했다가 엄청난 희생을 치루고 나서야 호소에 기대보려 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2차대전 중 영국에서 독일 라디오 방송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면서 독일 국민들이 어떤 소식을 듣고 어떤 소식을 듣지 못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홀로코스트 같은 비극도 전쟁이 끝나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결국 아무리 역사학자라도 당시의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험에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철저하고 입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작가는 5천 여년의 인류 역사를 간결하지만 재미있는 사건 위주로 풀어내고 있다. 이집트에서 시작된 문명이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교류하며 지중해로 넘어갔고, 로마제국을 통해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으며, 종교를 삶의 중심에 놓았던 암울한 중세시대와, 상업의 발달로 촉발된 계몽시대를 거쳐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세계사에 대한 개념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쉬웠던 점은 4백여 페이지라는 한정된 공간에 방대한 내용을 기술하다보니 많은 내용이 축약되었다는 점, 작가의 고향인 독일과 유럽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아시아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른 책들을 통해 세계사의 지식을 넓혀나간다고 생각하면 이 책은 괜찮은 시작점을 제공하고 있다.

작가의 목적대로 청소년이 읽기에도 괜찮은 책이다. 게임과 동영상만 빠져있는 중학생 아들에게도 추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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