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에 고풍스러운 3층 건물과 그 주위를 둘러싼 붉은 색 꽃으로 장식된 표지가 인상적인 <<메리골드마음세탁소>>를 고르게 되었다. 세탁소라면 흔히 여느 동네에나 있는 세탁소일텐데... 마음 세탁소는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책 초반부를 읽고 난 뒤에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10여년 전 텔레비젼에서 방영한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도민준이다. 몇세기를 살면서 늙지도 않고,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는 인연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혼자 외롭게 살아온 인물...순간 이동이 가능하고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신비한 인물..."메리골드세탁소"의 주인공인 지은이도 도민준과 마찬가지로 수세기동안 살면서 늙지도 않고 한순간 건물도 만들고, 순간이동도 가능한 미스테리한 인물로 나온다.
이 책에는 각자 아픔을 간직한 인물들이 여러 명 등장한다.
신비한 능력을 타고났지만, 순간의 실수로 인해 사랑하는 부모님과 헤어져 수세기 동안 몇번이나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부모님을 찾아다닌 주인공 지은이. 한동한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 한 연희. 어릴적 빈 집에 홀려 남겨진 유년기의 영향으로 영화를 좋아하게 되고, 우연히 만든 영화가 세상의 주목을 받으면서 촉망받는 영화인이 되는 듯 하였으나 후에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지 못해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재하. 어릴적 지독한 가난으로 대학도 가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만나게 된 남자의 아이를 가졌으나, 후에 그가 유부남이란 사실이 밝혀져 혼자 아들을 키워야 했던 연자. 일순간 인플루언서가 되어 항상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며 화려한 삶을 추구하지만,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수면제에 의지하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삶을 사는 은별이. 잘난 부모님과 형 사이에서 주눅든 채로 학교에서 왕따와 폭력을 당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영희...
아픈 마음을 깨끗하게 세탁해주고 구김을 펴주는 마음세탁소에서 주인공들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받으며 치유받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여러 인물 중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바로 재하의 어머니 연자이다. 아들이 엄마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어서 연자를 마음세탁소로 안내하지만, 연자는 그런 아픔과 불행이 있어 오늘이 좋은 걸 알게 되는 거라며 불행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 순간들이 있어야 오늘의 연자도 있고 재하도 있는 거라고 하는 말에 마음세탁소 주인인 지은도 놀라게 된다. 자신의 상처를 기꺼이 안고 가겠다니 얼마나 마음이 단단한 사람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불행과 아픔을 견더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구는 그 불행과 아픔이 내 탓이라 생각하며 한없이 작아지는가 하면, 어떤 이는 불행과 아픔조차도 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품고 가기도 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