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형제, 세 나라, 두 건의 살인, 한 마리의 고양이
1948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책 표지 뒷면에 적혀있는 문구를 읽던 중 멈칫했다. 한 마리의 고양이? 이렇게 슬쩍 삐져나오는 피식 포인트에 790쪽에 달하는 벽돌책을 집어 들고 만다. 아닌 게 아니라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는 흡입력 있는 방대한 서사 속에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오르부아>,<화재의 색>,<우리 슬픔의 겨울> 3부작을 이미 성공시킨 바가 있다. 이제야 그를 알게 된 것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데 이전 3부작이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까지의 시기를 다루었다면 <대단한 세상>을 필두로 한 새로운 4부작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이후 프랑스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다룬다고 한다.
전쟁이 끝났지만 아직은 어수선한 1948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비누공장을 운영하는 프랑스인 펠티에 가문의 네 남매가 주인공으로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데 실패하고 파리로 떠나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장, 파리 고등 사범학교에 입학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언론사에 입사한 프랑수아, 연락이 끊긴 동성연인을 찾으러 사이공으로 떠난 에티엔(여기서 등장하는 고양이 한 마리), 오빠들이 모두 떠난 후 부모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파리로 가출한 막내딸 엘렌이 그들이다.
극장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장과 관련이 있는)과 기자로서 이를 취재하는 프랑수아(장과의 관련을 전혀 모르는), 인도차이나반도 환전국에서 일하면서 환율차를 이용한 법거래가 행해진다는 것을 눈치 채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캐내려하는 에티엔이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룬다.
추리소설이 아니면서 추리소설같고 장르가 스릴러가 아니면서 스릴러같은, 그래서 줄거리를 말할 때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는 (식스센스급 반전은 아니더라도) 소설이라 두 권으로 분권을 해도 납득이 될만한 분량이라는 진입장벽만 넘을 수 있다면 특유의 몰입감으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직 전후의 혼란이 수습되지 않은 혼란한 시기를 배경으로 <대단한 세상>은 얼마나 대단한 세상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