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서술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여러 형식 중에 서간체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 작가가 글을 쓸 때, 누군가와 주고받는 편지만으로 감정과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게 만드는 건 누군가의 시점이나 대화로 극의 흐름을 서술하는 것보다 더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많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편지글인 경우만 해도 서로의 이야기 사이의 간극이 생기면 전지적작가가 나서서 설명 좀 해줬으면 싶은데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그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얽히고설켜있는데 이걸 중간설명 없이 서간체로만 구성한다, 근데 이게 별다른 설명 없이도 잘 파악이 된다, 그건 작가의 역량이 출중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예전에 <A가 X에게>를 읽고 서간체소설의 글맛을 느꼈었는데 최근에 편지, 전보, 메모로만 구성된 <블랙박스>를 읽고 그때가 떠올라 생각난 김에 <아우구스투스>까지 연달아 읽어 보았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작품이라 앞의 두 소설과는 스케일이 다른데 더 많은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관계, 사건의 흐름이 역시 편지, 보고서, 회고록 등 문서로만 이루어져있다.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실존 인물들이라 마치 그 시대에 남겨진 기록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이야기에 앞서 이 글은 역사보다는 픽션이라고 미리 말해놓을 정도로.
<아우구스투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죽음에서 시작해 아우구스투스의 최후까지 6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일어난 일들을 비교적 적은 분량으로 압축해놓은 팩션이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첫 번째 황제이자 로마의 평화시대를 열었던 인물로, 이 책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전반에 타인에 의해서만 묘사되다가 마지막장에 이르러서야 다마스쿠스의 니콜라우스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여기서 묘한 이질감과 슬픔이 느껴지는데 화려하고 대단한 업적을 가진 황제 이면에 인간으로서 가지는 회한과 담담함을 보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 <스토너>가 떠올랐다. 한 시대를 호령한 황제와 고립되어 조용히 살아가는 대학교수의 삶은 너무나 다른 듯 보이지만 두 작품 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내가 나임을 알게 하는 것은 타인의 시각이 아니라 나라는 것. 역사서로 <아우구스투스>를 읽기보다는 한 인물에 대한 서사로 접근하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