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경험했고 현재는 여성문제상담소에서 일하는 민주가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이 난무한 사회에 복수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는 개인적 상처를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해 여성의 권리를 재고하게 하려 했던 셈이다. 문제는 복수의 방식인데, 바로 백승하라는 배우를 납치한 뒤 언론이 그의 실체를 파헤치도록 유도했다. 민주가 생각하는 백승하의 죄는 매력적인 외모로 여성들이 성차별적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환상에 빠져들게 했다는 것이었다.
주인공 ‘강민주’는 낡은 사고방식과 운명론을 증오하며 ‘나는 저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빠진 병적인 자기도취적 인물이다. 여성 문제 상담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그는 결혼 생활로 위기에 처한 주부들의 이야기를 듣다 극심한 남성 혐오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납치를 계획한다.
얼핏 황당해 보이는 이 계획이 성공한 데에는 강민주가 어린 시절부터 심리적으로 조종하며 하인처럼 다룬 ‘남기’의 역할이 크다. 대상을 톱배우로 상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란 다 똑같은 족속들인데 왜 여성으로 하여금 다른 남성상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가 라는 이유였다.
‘오히려 너무 뛰어난 머리의 남자는 더불어 즐기기에 성가신 게 한둘이 아닙니다. 남자가 많이 알면 얼마나 많이 알겠습니까. 바깥일은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그저 잘생기거나 부드러운 남자면 족합니다' 라고 적은 강민주의 편지와
‘그는 이 땅의 많은 여자에게 일어나는 불행과 고통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만 여성차별의 역사와 지배구조의 악의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남성이 여성차별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단지 개개인의 성격차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여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하는 백승하와의 대화를 통해 강민주가 통찰한 것은 백승하가 지금의 남성들과 과연 얼마나 다른 지 주목할 만하다.
90년대 초반, 많은 소설에서 가부장제에 찌들려 희생당하며 자신을 잃고 우울에 잠식되는 무력한 여성상을 재현할 때 작가는 세상을 거꾸로 보았고 일상에서의 여성 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