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라보사의 식도락' 운영자이자 여행가, 미식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이 경험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니 쉽게 읽히는 책이고, 책에서 언급한 음식점에서 식사한 경험도 있고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소개했으니 관심이 클 수밖에. 저자는 전문의가 되고 나서 포항이라는 지역에서 약 3년 정도 근무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동안 혼자 식생활을 해결해야 했으니 지역의 맛집에 더욱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애초 대학에서도 식도락 동아리 활동을 한 것으로 보아 음식에 호기심이 많은 분일 것이다. 음식과 음식점을 소개해야 하니 사진도 곁들여서 눈에 확 들어오고 빨리 방문해서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체로 가리지 않고 먹는다. 외국 현지 음식도 그런대로 소화하는 편이다. 그래서 맛집을 찾아 줄을 서가면서 먹는 법은 거의 없다. 우리가 '맛있다'라는 말의 뜻은 달거나 짜거나이기에, 건강에는 나쁜 경우가 많으니, 굳이 찾아가서 먹는 것에 반대다. 음식이란 맛도 중요하지만 영양이나 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정약용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음식이란 배를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다. 지금처럼 영양이 과잉인 시대에 뭘 그리 음식에 목숨거나? 그 다음에는 살을 뻬려고 또 애를 쓰다니!! 하다가도 막상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으면 또 참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있으면 먹고, 애써 찾아 다니지는 않겠다.' 정도로 정리했으면 한다.
책에서 언급한 음식은 대체로 소박한 것들이다. 3,4천 원짜리 음식(지금은 물론 다르겠지만)도 나온다. 소도시나 작은 동네 골목, 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음식점이 나온다. 혹시 방문한 도시나 여행지에서 끼니를 해야한다면 이 책을 참고해볼만 하다.
책이 얇기도 하지만 부담없는 내용이라 술술 읽혔다. 요즘 워낙 먹방 방송이나 유튜버들이 많아서 맛집이 궁금한 이들에겐 별로 재미가 없을듯 하다. 오히려 음식에 얽힌 이야기나 식문화속에 담겨진 인간의 욕구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책인듯 하다.
어떻게 음식을 통해서 이런 깊은 생각을 이끌어 내는지 의사도 타고나야 하는 것인가도 생각해봤다. 그리고 저자와 같이 젊은 나이에 이정도의 정신적 성숙을 이뤄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양과 수련과 독서와 삶의 경험이 필요할지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