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라는 문구에 이끌려 <가짜 노동>을 선택했다.
1930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기술 발전을 근거로 "2030년까지 인간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15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 '약속의 시간'을 6년 앞둔 지금, 선진국 문턱을 넘은 한국은 여전히 주 40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일 짧게 하기로 유명한 프랑스는 24년 동안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줄이지 못한다. 기술은 발전했는데, 왜 인간은 계속 '노동의 굴레'를 이리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 이유를 명쾌하게 제시한 책이 바로 덴마크의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아네르스 포그 옌센이 함께 쓴 '가짜노동'이다.
두 저자가 현장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토론한 끝에 밝혀낸 가짜 노동의 원인은 다양했다. 그중 핵심은 현대사회의 합리성 그리고 테크닉과 테크놀러지의 출현이었다. 인류의 발전과 발명을 위한 합리성과 신기술은 더 많은 ‘노동’을 창출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유행에 따라 바뀌는 시스템, 쓸데없이 행해지는 잡무, 시간을 잡아먹을 뿐인 회의, 산더미 같은 참조 이메일의 수렁에 빠져서 엄청나게 바쁘게 일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이상한 노동의 굴레에 갇힌다.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끊임없이 바쁘기 때문에 휴식하거나, 자기 개발을 하거나, 가족과 보낼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순환에서 탈출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뭔가를 하고 있으나 사실은 안 해도 그만인 형식적인 잡무를 하면서 퇴근도 하지 못하는, 이 같은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우리에겐,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반성과 무엇이 가짜 노동이고 무엇이 진짜 노동인지 구별하는 성찰적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작가가 연구하고 성찰한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기 보다 유명인들의 인터뷰가 반복해서 나열되고, 문제제기에 비해 해결책이 빈약하지만 막연히 생각하기만 했던 화두를 공론화하고, 독자에게 멈춰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책이다.
가짜 노동 이후 과연 가짜 노동이 아닌, 진짜 노동은 무엇인가, 그리고 가짜 노동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담았다는 <진짜 노동>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