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전에 있었던 다섯 건의 여아 연쇄유괴 살인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고,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치하야의 아버지 '미노루'는 그 다섯번째 사건을 끝으로 형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내내 경비원으로 일하다 암으로 사망한 후 자신을 해부하게 만들어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흥미로운 소재에 전개도 빠른 편인 데다 가독성 좋게 글을 쓰는 작가라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이 소설은 의사인 작가의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이야기로 흥미를 끌었다. 사람의 위벽에 남겨진 암호를 그의 딸이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니 기존에 본적이 없는 소재여서 일단 매우 흥미가 생겼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상황과 자리에서 수사하는 과정이 다각도로 흘러간다. 읽어갈수록 범인은 누구인지, 치하야의 아버지는 왜 그런일을 벌인 건지, 연쇄살인의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물음표가 생기고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풀어가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사건 중간쯤부터 반전에 대한 복선이 어느 정도 눈치챌수있게 깔리고 중간중간 추리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보니 사실상 후반에 가서 반전이라고 밝혀진 부분에서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단 한명의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틀렸고, 무의식 속에 정해진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경계가 흔들린 것, 추리소설임에도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것에 끝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아버지의 마지막 소망이자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인 것 같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지만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한 없이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설정들은 일부 보였지만 종합적으로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책 표지의 삽화를 다시 보게되면 의미가 또 남다른데 종이학은 단순히 트릭이고 흐릿한 남자는 아버지 일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여인은 아픔을 안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인지, 아픔을 딛고 일어선 딸인지 궁금하다. 다만 아버지가 사랑했던 사람 그 누구라도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