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주 이론의 제창자 스티븐 포지스 박사와의 인터뷰
미주신경이 어떻게 우리를 지켜주는가
밤중에 강도를 당한 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시시때때로 트라우마 반응을 보이면 안전해졌는데도 심리적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그 사람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성폭행을 당한 이에게 그때 왜 반항하지 않고 가만있었느냐고 책망하기도 한다. 자폐를 가진 아이가 귀를 막으면 부모나 교사는 또 자기 말을 듣지 않으려 한다고 화를 내기 일쑤이다.
정신건강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스티븐 W. 포지스 박사의 『다미주 이론』(위즈덤하우스)은 이처럼 얼핏 모순적으로 느껴져 트라우마, 자폐, 경계선 인격장애, 불안, 우울 등을 앓는 내담자 자신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잘 이해되지 않는 반응과 행동의 근원적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그 반사적 반응과 행동은 지금 내담자를 힘겹게 할지라도 사실 내담자의 자율신경계가 내담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이다.
포지스 박사는 그렇게 자율신경계가 우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미주신경이 담당하는 결정적 역할을 발견하고, 1994년에 다미주 이론을 발표했다. 『다미주 이론』은 과학자가 아닌 임상의를 포함한 일반인도 난해한 다미주 이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터뷰 형식을 빌려서 쉽게 풀어 쓴 책으로, 국내 소아정신과 최고의 명의인 노경선 박사가 직접 번역에 나섰다. 다미주 이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임상 치료에서 다미주 이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를 이해하게 되면 치료자는 내담자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담자도 자신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여 스스로 변화하게 되며, 보호자도 내담자의 고의가 결코 아님을 알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나쁜 반응은 없다.
오직 적응적인 반응만 있을 뿐!
우리의 생리적 상태는 안전이 감지되면 진정되고 위험을 감지하면 방어를 위해 가동화 혹은 부동화되는 일종의 ‘신경 플랫폼’이다. 내담자를 둘러싼 환경에서 신경지가 위험 혹은 생명의 위협으로 감지하는 특징들을 제거하여 그의 생리적 상태를 안정시키면 그의 방어 반응과 행동을 개선하고 사회 참여 행동을 격려할 수 있다. 포지스 박사는 “생리적 상태는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행동을 하게 하는 기능적 플랫폼으로, 치료의 중요한 목적은 내담자에게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생리적 상태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수미주신경이 관장하는 이런 생리적 상태에 이르려면 안전한 환경이 필수적이다. 안전은 사회적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인간이 여러 영역에서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최적화하여 창조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선결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