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주는 진부함 때문에 읽기 전 약간 힘이 빠지긴 했지만 프롤로그를 접하면서 생각지 못한 특별한 일깨움이 있었다.
오지 탐험가 딕은 온갖 문명의 이기로 가득찬 자신의 배낭을 자랑스럽게 펼쳐보이는데 마을의 족장인 코이에는 깊은 울림이 담긴 질문을 던진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줍니까?"
이 한마디 질문에 그는 다음날 다시 배낭을 꾸리면서 더 이상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골라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고, 놀랍게도 남은 여정을 마칠 때까지 사라진 그 물건들에 대한 미련을 갖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워진 배낭만큼 남은 여행 동안 딕의 마음은 홀가분했고 온갖 책임감과 스트레스마저 사라졌다.
인생의 중반쯤에 도착한 우리들에겐 언제부턴가 너무 많은 짐이 지워져 있음을 느낀다. 일, 가족, 사랑, 인간관계 등등 우리를 지탱하고 있던 수많은 것들이 이젠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버거워졌다. 닥치는 대로 채워넣은 것들로 정작 인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공간은 사라지고 만 것.
저자는 삶이라는 여정을 이루는 요소를 여러가지 가방에 비유한다. 여행 중 너무 많은 짐을 지는 바람에 그 무게에 짓눌려 고행이 되기도 하고 짐을 살피느라 신경이 잔뜩 곤두서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도 없다고 본다. 짐이 많을수록 가방이 무거울수록 인생의 진짜 보물은 놓치기 십상이란 거다. 짊어져야 할 짐의 양을 결정하고, 무엇을 취할지 버릴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며 그 출발점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라고 질문해 보길 권한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우린 기본적으로 세 가지 가방을 들고 다닌다. 서류가방(일을 위한 가방), 여행가방(사랑을 위한 가방), 그리고 트렁크(살곳을 위한 가방)다. 살다보면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두고 갈지 결정해야 할 순간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일, 인간관계, 장소 이 세가지에 집중되어 있다. 일이든 재물이든 너무 많이 짊어지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지쳐버리게 마련이다. 반대로 너무 적게 들고 가면 외톨이가 되거나 위험에 대처할 수 없다.
철학자 베네딕트 스피노자는 "행복이나 불행은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의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순간의 매력이나 일시적인 가치를 사랑한다면 행복 또한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된다. 하지만 좀더 지속적인 가치를 사랑한다면 행복 또한 좀 더 오래갈 것이다.
300년이 지난 오늘날,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 시간과 에너지를 중요한 일에 투자하자
- 목적대로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들만 가방 안에 꾸려 넣고 그 외의 것들은 제쳐두자
나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다시 행복한 가방을 꾸려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