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커서 어떤 내용인지 알기 위해 선택하게 되었다. '물고기'라는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다못해 이제 막 스스로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도 물고기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알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이미 통상적으로 널리 알려진 물고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사실 초반에는 내용을 이해하기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으나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의미는 이렇다. 조류나 포유류 같이 각자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생물들은 각 종마다 서로 공통적인 요소가 많이 존재하는데, 어류는 그렇지 않으며(다른 종들에 비해 공통적인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음), 단지 물 속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종으로 묶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이름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가졌었다. 예를 들면 '딸기라는 이름을 처음 지은 사람은 누구인가?'. '하늘이라는 명칭은 어디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바다라는 이름의 유래는 어떻게 될까?'하는 이미 존재하는 이름에 대한 의문을 가진 적은 있지만 그 이름이 지칭하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의심을 품은 적은 없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단순히 과학적인 오류를 밝히고 싶어서 어류에 대해 그런 깊은 생각과 조사를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룰루 밀러 역시 단순히 물고기가 좋아서 조던의 삶을 탐구하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걸은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본인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내고자 어류, 물고기에 대해 열정을 쏟았던 것일 수 있다.
과학기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하고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만을 진실로 받아들여 믿는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이나 사실은 믿을만한 정보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실은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된다. 그러나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물고기의 존재가 오류임을 알리면서, 현재의 과학기술로 밝혀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자만심을 지적하고 지금껏 알고 있던 가치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였다고 해도 그보다 더한 자연의 견고함이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