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맞추고 초저녁부터 누웠지만 영 잠이 오질 않았다. 설풋 잠들었다 화들짝 놀라 깬 새벽 네 시. 오늘로부터 5년 전, 2019년 6월 2일. 책을 펼치자마자 그날의 알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본방을 사수해야 하는 경기가 있다. 별들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그것도 결승전! 박지성의 맨유가 그랬듯 손흥민의 토트넘이 그 꿈의 무대에 오른 날 어린 시절의(불과 5년 전이지만 그때는 체력이 넘치는 20대였다) 나는 연차까지 쓰고 경기를 봤다.
결과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아니, 사실 내용이 더 그랬다. 공이 둥글 듯 스포츠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반전이 지나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토트넘의 확실한 패배로 끝나가는 경기를 보며 손흥민이란 선수가 이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아주 잠깐 생각했다.
이 책은 축구선수 손흥민과 그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과 앞으로 쌓아갈 것들을 담담히 기록한다. 매 장마다 축구가 좋고 재미있고 사랑스럽다는 그의 고백이 몹시 솔직해서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아들을 위한 헌신은 놀라움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힘들었던 유소년 시절을 거쳐 레버쿠젠과 토트넘, 아시안컵과 월드컵 국대 경기까지 살펴보며 그의 일견 화려해 보이는 축구인생이 끈기와 열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5년 후 손흥민은 기어코 아시아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고 리그 통산 100호골-50도움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다. 작년부터는 토트넘의 비유럽인 최초 주장을 맡아 캡틴 쏜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우승컵이 없다는 사실은 조금 뼈아프다. 그러나 그게 대수랴! 그가 보여준 한 인간의 성장은 자체만으로도 존경받기 충분하다.
한때 제한맨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제발 한국인이라면 (박지성이 뛰는) 맨유를 응원합시다. 나는 이제 이 말을 제한쏜으로 바꾸고 싶다. 제발 한국인이라면 쏘니를 응원합시다! 이쯤에서 손흥민을 향한 나의 팬심을 가득 담은 이 독후감을 마친다. 아무래도 1000자는 너무 짧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