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은 작가 양귀자가 1998년 펴낸 세 번째 장편소설로, 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무서운 속도로 베스트셀러 1위에 진입, 출판계를 놀라게 하고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면서 ‘양귀자 소설의 힘’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보여준 소설이다.
초판이 나온 지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이 소설 『모순』은 아주 특별한 길을 걷고 있다. 그때 20대였던 독자들은 지금 결혼을 하고 30대가 되어서도 가끔씩 『모순』을 꺼내 다시 읽는다고 했다. 다시 읽을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소설 속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거나 세월의 힘이 알려준 다른 해석에 놀라면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책 한 권”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모순』이 특별한 것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한 번만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 혹은 세 번 이상 되풀이 읽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모순』을 열 번도 더 읽었다는 블로그 독후감도 종종 만난다. 열성 독자들은 끊임없이 소설 속 문장들을 기록하고 전달하고 반추하며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소설이 지금까지 132쇄를 찍으면서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힘은 참 불가사의하다.
최근 양귀자 소설의 모든 저작권을 양도받은 도서출판 「쓰다」는 새로이 『모순』의 개정판을 내면서 그런 독자들을 가장 염두에 두었다.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책, 진정한 내 인생의 책으로 소유할 수 있는 책이 되고자 세련된 양장본으로 독자와 만난다.
『모순』의 주인공은 25세의 미혼여성 안진진.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의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그리고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이 가족이다. 여기에 소설의 중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모는 주인공 안진진의 어머니와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인생행로는 사뭇 다르다. 부유한 이모는 지루한 삶에 진력을 내고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주인공 안진진은 극단으로 나뉜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이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양귀자 소설이 늘 그렇듯, 『모순』 또한 작가의 날렵하고 섬세한 문장들이 얼핏 도식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들 일상의 지극히 사소하고 하찮은 에피소드들을 선별하여 소설을 진행시키는 양귀자만의 잘 짜인 소설적 구성도 짚어내지 않을 수 없다. 더할 것도 없고 덜할 것도 없는 극명한 인생의 대비로 작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강렬하게 들려준다. 이것이 아마도 양귀자 소설의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