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병수는 늙어가는 노인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있고 날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잊지 않고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그가 바로 연쇄 살인마 였다는 사실이다.
병수는 16살에 아버지를 죽였다. 이유는 가족에 대한 폭행, 특히 어머니에 대한 폭행과 횡포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아니 어머니가 모른체 하는 상황에서 아버지를 질식사 시켰다. 그것이 병수의 첫 살인이었다.
병수의 삶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 진다. 첫째는 16살에 아버지를 살해하기 까지, 두번째는 아버지 살해후 25년간 수십건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 세번째는 교통 사고 후 살인에 대한 욕망이 사라져 평온하게 살아온 20여년의 현재.
병수가 마지막으로 살해한 사람은 은희 부모였다. 은희 엄마는 죽어가면서 간곡한 부탁을 했다. 갓 세살 넘은 은희만은 죽이지 말아달라고.
병수는 은희를 죽이지 않았다. 아니 은희를 자신의 딸로 입양하여 소중히 키워내고 있었다.
하지만 병수는 심각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고 병수 또한 자신의 기억이 하나 둘 지워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은희가 선물한 녹음기를 통하여 하루하루의 일기를 적어나갔다. 내일 들어보면 어제의 일들이 새로운 이야기로 들려왔지만 기억의 끝을
잡으려는 발버둥처럼 쉬지 않고 일기를 녹음했다.
어느날 병수는 외출 중에 한 SUV와 마주하게 된다. SUV 차주의 눈빛을 본 병수는 그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연쇄살인마라는 것을 직감한다.
차주의 눈에서 자신의 눈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살인자의 눈. 상대방 역시 병수의 눈빛을 보고 살인자라는 것을 알아채었으리라.
은희가 남자를 소개한다고 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부양하고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병수는 어렵사리 은희의 남자를 소개받았는데, 그는 바로 SUV 차주, 바로 연쇄살인마였다. 그의 이름은 박태주.
그 순간 병수는 수십년간 잊고 있었던 살인마의 욕구가 샘 솟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나의 마지막 타겟은 바로 박태주다. 은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야 한다.
어느날 부터인가 은희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병수는 박태주가 은희를 살해한 것으로 단정지었다. 내가 먼저 박태주를 죽여햐 하는데 박태주가 먼저 은희를 죽인 것이다. 병수는 경찰서를 찾아가 박태주가 연쇄살인범이라고 신고하고 바로 잡으라고 난리를 쳤다.
그런데, 박태주는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형사였다. 연쇄살인범을 좆아 병수를 조사하던 경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병수가 딸이라고 키워온 은희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간호하는 봉사원 이었다. 은희는 병수가 수십년전 은희 엄마를 죽일때 같이 살해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병수는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기억속에 그려왔던 모든 상황들이 뒤엎어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병수는 공허히 반야심경을 읇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