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노라는 삶의 모든 선택의 순간을 후회하며 사는 사람이다. 수영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을 수도 있고, 음악을 하며 순회 공연을 하는 가수가 됐을 수도 있고, 동물 보호사로 살 수도 있었고, 빙하 학자로의 삶을 살 수도 있었던 모든 선택의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던 자신에게 절망하며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주인공이다. 그런 후회들이 만들어 낸 곳.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삶과 죽음 사이엔 도서관이 있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고, 거기 꽂힌 책에는 당신이 살 수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후회하는 삶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당신은 다른 선택을 해보겠는가?!
이번 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노라에겐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다. 물론 다시 선택한 삶이 지금보다 괜찮으리란 보장은 없다. 살아보지 못한 삶은 연민과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라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 않고 잡겠다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노라는 죽고 싶다는 바람 뿐이다. 자정의 도서관의 사서인 엘름부인은 살면서 노라에게 가장 친절했던 사람이다. 그녀의 도움으로 노라는 수많은 삶의 여정들을 접하게 된다.
“살다 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쉬운 길은 없고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다. 결혼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 가게에서 일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귀여운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을 수도 있고, 북극권 한계선에서 빙하를 연구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으며,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됐을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며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데 많을 시간을 보낸다.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다.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다.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어질 것이다.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다.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다.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다.”
노라는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살아졌을 삶을 통해 후회의 책을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그 삶이 완벽한 삶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인생도 바뀐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살아오면서 했던 많은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를 하는 순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런 후회들로 삶을 절망하거나 낭비하진 않는다. 살아보지 않았을 뿐 분명히 그 삶에도 희노애락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는다. 노라처럼 여러 삶을 살아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삶을 마주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게 인생이다. 결국은 사랑으로 귀결되는 결론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긴 인생의 여러 고비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지금의 인생이 썩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함께여서 행복한 사소한 일들로 채워나갈 수 있을 거 같다.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러니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으니 친절해야 한다고 말한 누군가가 생각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