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됐다. 이번 내용은 2023년 봄 시즌에 계절의 소설을 선정하였고 강보라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김나현의 '오늘 할일', 예소연의 '사랑과 결함' 세편이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출간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해서 그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1.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까지 많은 시도와 시간이 걸렸다. 앞부분을 정말 여러 번 읽었다. 좋아하는 요가 강사(?)를 만나기 위해 타국에 도착했고, 더 젊었을 때 머문 적이 있던 숙소를 잡았다. 나이가 조금 들고 난 뒤 방문하니 비교적 젊은 나이의 사람들이 그녀를 불편해했다. 그래도 저녁에 다같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친해졌고, 다음날부터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남자와 묘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그걸 느끼면서도 잘 끊어냈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같이 여행을 다니던 여자의 행동이나 말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요가를 들으러 갔다. 이후 한국으로 왔고, 사실혼 관계인 남자와 함께 간 미술관에서 여행을 함께 한 여자가 작가로 무대에 오른 것을 보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는 젊은 사람들, 예술을 향유하고 그걸 드러내는 나, 평가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나, 이런 지점을 드러내고 있는 소설이다. 특권층에 관한 내용, 예술문화를 향유하게 되는 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여가가 있는 것, 호경을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 부분 등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2. 오늘 할 일 : 모든 게 계획적인 남자에게 닥친 시련의 무게는 제3자에게는 그리 심각하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각자 자기가 떠안을 수 있을 만큼의 능력 내에서 무게를 안아야 하는 게 인간의 운명이랄까. 남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다이어리라는 상징성은 그렇게 다가온다. 그리고 생계 '돈'이 가장 직결되는 문제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드러내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과연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 도전해보라고 응원해줄 수 있을까? 이고, 두 번째는 부부가 함께 다이어리를 펼쳐두고 할 일을 적으며 이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부분이 참 좋았다는 것이다.
3. 사랑과 결함 : 조울증을 앓는 고모와 나이차이가 많이나는 아빠, 그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엄마 이런 불편한 관계에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초등학생때 은밀한 놀이를 하는 것도 사실적이고 디테일을 살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잘 모르는 고모라는 사람을 옛 연인을 통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구성적인 면으로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