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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역습
5.0
  • 조회 395
  • 작성일 2023-10-31
  • 작성자 고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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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주택가격과 임금 격차 등으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경제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종종 물어보곤 하는데, 나는 이때마다 항상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런데 만약 원론 수준의 경제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금융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지금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2022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무엇이길래 수많은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주면서까지 인상을 강행했을까? 이 책은 5000년에 이르는 금리의 역사로 시작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한다. 금리가 자본주의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매우 자연스러운 존재이고, 이것이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 일화나 경제 이론 및 실제 사례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금리의 변화와 그에 따른 결과를 설명한다. 또한, 고대 문명에서 현대 경제에 이르기까지 금리가 어떻게 사회를 형성하였고,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며, 금융 및 자산시장에 거품을 촉발하였는지 흥미롭게 서술한다.
저자는 금리가 금융 시장을 통해 가계와 기업, 정부에 이르는 경제주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다양한 자산의 가치가 치솟았다. 경제의 위기가 왔을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경제 활동을 진작했기 때문이다. 쉽게 풀린 돈은 사업의 온갖 곳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실리콘밸리였다. 그다음으로는 가상자산으로 향했다. 부동산시장도 넘치는 돈의 혜택을 입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앞선 자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주목할 문제는 무역이다. 저자는 세계 무역에 위기가 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세계 무역은 분열과 전쟁의 화염 속에서 실험대에 올랐다. 이대로 세계 무역이 축소하고 분열한다면 대한민국과 같은 수출 중심 경제 체제를 갖춘 국가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1930년대 초 ‘통화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제시한 경제 위기의 치료책은 금리 인하가 아니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끌어올려 저축을 장려하고 부실 투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채권자들을 희생해서라도 예금자들과 주택 보유자들을 보호한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미국의 접근법과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 정반대였다. 코로나로 인해 금리가 낮을 때 많은 기업이 부채로 연명하였고,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부채상환 시기가 다가오자, 이제는 원리금 상환유예 등을 통해 기업의 생존을 지속하고 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더 파괴적인 화재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는 데에 불과하다.
또한, 저금리는 저축과 투자의 기대 수익률을 감소시켜 연금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가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 낮은 금리는 예상보다 빠른 연금의 고갈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기존 세대는 은퇴 이후에도 강제로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젊은 세대는 연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즐기려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보험료 납부로 세대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금리는 현대 경제의 호황과 불황 사이클에 깊숙하게 간섭하고 산업의 흥망성쇠를 이끄는 핵심이다. 금리에 따라서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은 사업을 계획한다. 가계의 소비와 투자, 저축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금리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과 사업, 투자는 수많은 기업과 가계를 위기에 빠뜨린다. 우리는 경제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금리를 배워야 하지만 기회가 부족했다. 금리는 정책 결정권자와 경제학자, 금융인들이 수많은 역사적 성공과 실패 속에서 연구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맥락을 제대로 다루면서 공부해야 한다. 호황에는 금리를 높이고 불황에는 금리를 낮춘다는 단순한 상식만으로는 진짜 금리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중앙은행과 그들의 저금리 정책을 ‘악의 축’과 같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마치 저금리가 금융과 사회의 모든 불안의 원인인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또한, 주류 경제학의 모형과 그들의 현실 설명력은 경제를 예측하는데 유용하지 않으며, 지나간 사건들을 설명하기 위한 꿰맞추기식의 논리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는 구절에서 재정 전문가가 노부부의 딸에게 했던 충고 내용을 인용하는데, 그 구절이 다음과 같다. “당신의 어머니는 죽어야 한다.” 상황이 더 심각한 한국 사회에는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드는 대목이다.
아울러 저금리로 인해 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한 한국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저금리 상황에서 ‘빚투’, ‘영끌’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의 화두였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아 주식, 코인, 주택 등에 투자하여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자산 가격의 거품이 꺼졌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금리의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의 부담 증가와 자산 가격의 하락은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SNS 등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쉽게 바라볼 수 있는 한국에서 이러한 불평등은 사회의 갈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경제와 금융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기 위해 독자들이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시의적절하게 출간되어, 가까운 미래의 한국 사회에 일어날 일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러한 메시지를 무시하고 살아간다.
이 책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통화 정책을 소개하며 동아시아 국가의 정책도 분석한다. 중국은 강력하고 억압적인 금융 정책을 채택했다. 이는 한국과 연관이 있다. 한국도 강력한 금리 정책을 펼친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한국 정부는 국가 소유 은행을 통해 수출 기업과 독재자 마음에 드는 산업 분야에 마이너스 실질금리로 대출을 제공했다. 덩샤오핑 체제는 이 시기 한국과 같은 전략을 선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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