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by 최진영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죽은 너와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죽어야 너도 죽게 만들 거야.”“네가 사라지도록 두고 보진 않을거야”살아서 너를 기억할거야”
죽어서도 죽지 않는 지독한 사랑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구의 증명> 속 ‘담’과 ‘구’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은 냄새가 나도록 지독하고 처절하리만큼 질기다. 세상의 변두리에서 아프고 외로운 삶을 고독히 감내하며 견뎌온, 그 지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서 두 사람은 함께든 따로든 같은 궤도를 그리며 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아파한다. 그리고 ‘구’의 죽음이라는 갑작스러운 비극 속에서 ‘담’은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먹으며 그의 죽음과 상관없이 그를 내 안에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기점으로 ‘담’의 시간은 과거에 멈춰서서 그의 신체를 먹으며 그들의 시간과 과거와 추억을 통째로 삼키며 ‘제의’한다. 그래야만 그는 죽지 않고 그녀 안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연인의 시신을 조금씩 먹어가는 모습은 매우 기괴하고 파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이들의 처절한 사랑의 지독함과 깊이를 독자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담’의 마음이 시각적으로 다소 과감하게 표현한 것 같다. 어찌보면 사이코, 식인종처럼 느껴질 수 있는 그로테스크한 설정이지만, 영혼이 하나로 연결된 특별한 ‘구’와 ‘담’사이의 사랑은 죽음도 막을 수 없는, 너가 곁에 있지 않으면 안되는 처절함과 간절함이 서린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토록 타인을 나 자신보다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지독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애착하고 애정하는 사람이 떠난 후의 상실감과 고통에 대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사랑 앞에서 우리 모두 약자이자 어린아이처럼 무해하고 유약한 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서 지켜내고픈 가족이 생기고, 내가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린 우주 속에서 사랑은 더욱 소중하고, 그래서 두렵고 불안하다. 사랑하는 연인의 몸을 소유함으로써 그 마음을 자신 속에 간직하겠다는 ‘담’의 마음도 어쩌면 그렇게 두렵고 불안하고 유약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고 홀로 그가 함께 남아있다고 믿으며 남은 삶을 표류하듯 견뎌내야 하겠지만, 그러한 처절한 사랑이 있었기에 ‘담’의 삶이 더욱 애틋하고 소중한 것은 아닐까?